본의 아니게 리마스터 시리즈만 계속 하게 되는데, 곧 나올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를 맞이하기 위해 꼭 하고 넘어가야 했다. 다시 해 보니 예전에 플레이 했던 스테이지나 라라의 비명소리라든가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리즈마다 서너번씩 했던 언차티드에 비해 왜 1회 클리어 후 쳐다도 안 봤었는지도 깨닫게 된다.
다시 해봐도 역시 언차티드류의 게임으로 모험과 전투의 비중, 컷신의 연출과 흐름 등이 매우 닮아있다. 반대로 언차티드가 이전의 툼레이더에서 나온 거라든가 툼레이더는 또 인디아나 존스에서 어쩌구 하는 무의미한 논의는 필요 없는게 툼레이더는 언차티드 못지 않게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우주명작 언차티드 2편에는 못 미치지만 몰입도나 전투 밸런스와 레벨 디자인, 그로부터의 플레이 재미는 3 보다는 훨씬 낫다. 게다가 신규 IP가 이 정도 수준의 완성도를 보인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비록 같은 해 출시된 본좌의 귀환 GTA5와 우주명작 라오어가 있어서 금새 잊혀 졌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해 1, 2와는 조금 격차가 있는 GOTY Top 3로 뽑는다.
다만 모회사의 입김 때문으로 추정되는 강한 왜색은 일본에서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고 섹스 심볼이었던 원래의 라라를 일본식 미소녀 풍으로 변신 시킨 것도 좀 뜬금없다. 작가들의 패미니즘 때문인지 설마 유저들이 원치 않는다고 생각해서 인지 라라의 육체적 여성성은 철저히 가려져 있고 과도하게 맞고 넘어지고 고통받는 주인공을 강조하면서 이건 뭐 새디즘인지 새디스틱 패미니즘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상당히 재미 있고 일자진행임에도 불구하고 왜 한 번 클리어 한 후 쳐다도 안 보게 되었을까를 고민하면서 플레이 했는데 결국 느낀 건 몇 가지 불편함 때문이었는 듯 하다. 그게 곧 언차티드와의 차이인데 어설픈 오픈월드 흉내로 맵간 이동이 가능해 자유롭게 갈 수 있으나 막상 가서 할 수 있는 게 오픈월드 최악의 요소인 수집 뿐이라는 무의미함이 마음을 지치게 만든 듯 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언차티드를 참고하면서 또 차별화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듯 한데, 레벨업에 따른 업그레이드라던가 무덤 탐험과 같은 요소는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과 함께 언차티드 특유의 물흐르는 듯한 연속성이 결여된 것이 가장 큰 차이로 보인다.
다만 두 시리즈가 비슷하게 계속되고 서로를 닮아 간다면 캐릭터의 매력과 인지도나 시리즈 전통의 차이로 라라 쪽이 네이트 보다는 우위에 서게 될 것이고 경쟁작과의 비교나 이 시리즈의 한계에 대해서는 너티독도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언차 개발진의 그러한 고뇌를 느끼며 툼레이더가 있기 때문에 언차티드가 아쉽게 혹은 다행스럽게 4로써 끝을 맺게 될 수 있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