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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3
2016-09-19 16:58:43 - genonfire
2017-12-08 16:58:43

예전에 폴란드 개발자들하고 같이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시킨 것만 하고 힘든 건 피하고 실제 아웃풋을 내기 보다는 말이 앞서고 선전하기 더 바쁜 모습에 실망했었다. 하필 동기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던 핀란드 친구들하고 비교되는 바람에 그 모습이 더욱 부각되었고 이게 폴란드 개발자들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만들었다. 또 한국으로 출장와 만난 친구의 외모가 위쳐1의 게롤트와 판박이었던 것이 그 안 좋았던 감정으로 하여금 폴란드의 대표작 위쳐와 동일시 되도록 만들어 나쁜 선입견을 갖게 된 것 같다.


선입견을 최대한 빼고 보더라도 1편은 RPG 본연의 탐험하는 재미가 없다거나 그들이 뭔가 추구하려는 듯 의도는 보이나 구현하진 못한 액션성, 잘 와 닿지 않는 세계관으로 한 번 포기했다가 엔딩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냈었고 2편에 와서야 겉모습으로는 메인스트림에 입성하고 3편은 널리 인정을 받게 되어 그야말로 기량 발전상이 있다면 받아 마땅할 제작사가 된 듯 하다.


1년쯤 전에 일주일 휴가내고 위쳐3 본편을 정신 없이 클리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짜증나는 더위에 작은 선풍기에 의지해 시간에 쫓겨가며 그야말로 클리어가 목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잦은 프레임 드랍과 로딩,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해 가며 짜증은 배가 되고 그간 지녔던 선입견이 배가 되는 느낌을 받아 도저히 플레이를 쾌적하게 즐길 수 없었다. 선입견에 대한 자기반성인지 폴란드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언젠가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다시 한 번 도전해 봐야지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자유인이 되고 마침 GOTY 버전이 나온김에 찬찬히 뜯어보게 됐다.


비록 유비식 상자까기와 행위와 다를 바 없는 도처에 널려있는 물음표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지만 여유있는 마음으로 BGM에 귀기울이며 바라볼 때의 마을과 필드의 비쥬얼은 매우 훌륭하고 필드의 특색이 다채롭지는 않지만 모험하는 맛을 주기엔 충분하다. 특히 컷씬에서 과도하게 사용되는 흩날리는 잎새의 표현은 왠지 마음 한 구석을 터치하는데.. 작지만 개인적으로 위쳐3에서 가장 뛰어난 요소 중 하나로 본다.




아트적으로는 극찬을 하는 것과 반대로 게임플레이는 여러가지 불편함이 그대로 남아있다. 어떤 버그나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 때문에 막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빠른이동을 꼭 표지판에 가서해야만 한다는 사실하나가 표지판까지 뛰어야 하는 불편함 뿐 아니라 여러가지 부차적인 불편함을 낳는다. 멀기 때문에 말을 불러 가려하지만 로취라고 이름 붙은 말은 무려 이름까지 있는 주제에 그 멍청함은 지나가는 당나귀에 비할 바 못하다. 예전에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을 할 때 부르면 항상 사각지대에서 나타나 내게로 다가오는 그 절묘함에 놀랐는데, 이를 그대로 구현하려고 한 듯 하나 나타나는 위치나 거리도 좀 대중없고 장애물에 막힌다거나 지형지물에 걸려 다가오지 못하는 것도 부지기수며 잘 뛰다가도 히이잉하며 멈춰버리는 변덕스러움 때문에 애매한 거리는 차라리 그냥 뛰게 만든다.


13세기 배경을 잘 반영한 듯한 기이한 관성이나 조작감도 21세기에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며, 마우스로 컨트롤하는 것만 생각한 건지 인내심을 길러 주려는 건지 가뜩이나 선택하기 힘든 마당에 빠른이동 표지판 옆에 아무 의미없는 촛불을 배치해서 겐세이를 놓는 잔인함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있다. 전투에서는 기존 RPG들과는 달리 액션 게임급의 재미를 추구하려는 듯 보이나 기본적으로 조작감이 떨어지고 적들 AI도 단순하며 전투 밸런스도 안 좋은 편이기 때문에 전투로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더구나 6 대 1의 상황에서도 전력질주 속도로 백스탭 회피하는 잡몹들에게는 차마 느끼지 아니할 수 없는 연민과 쓴맛에 자비를 베풀고 만다.


갑자기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시리를 찾고 세계를 구한다는 짧고 명료한 스토리 라인에 갖은 양념과 재료를 투하해 길게 늘어뜨린 스토리는 다른 요소만큼이나 장황하다. 스토리 뿐 아니라 이 게임의 대부분의 요소는 맛은 좋은데 너무 많아 양조절에 실패한 식사와 같다. 기본적으로 두 세 번 뺑뺑이 돌면 해결이 됨에 마땅함에도 여기서 시종일관 한 두 바퀴를 억지로 더 돌려 길이를 강제로 늘려 놓는 느낌이다.




무지막지한 양을 자랑하는 서브퀘스트나 위쳐의뢰, 보물찾기도 공고보고 목격자와 대화한 후 위쳐센스로 따라가 몬스터 잡는 획일적인 일을 반복하고 있으며 선택에 따른 분기가 있다거나 딱히 담고 있는 깊은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루함을 주기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RPG는 바이오웨어나 베데스다류가 그렇듯 별 거 아니던 주인공이 모험을 통해 동료를 만나고 성장해 악과 싸워 영웅이 된다는 천편인륜적인 경향이 있다. 반면 위쳐에는 한 가지가 간과되어 있는데, 게롤트는 처음부터 뛰어난 위쳐였고 1편에서 3편까지 오면서 계속 의뢰를 받고 해결하는 게 주이므로 캐릭터가 성장함으로써 느껴지는 감정이입이 결여되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주구장창 나오는 리비아의 게롤트라는 대사가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받아들여지는데 만약 그게 제작진에 의해 주어진 게 아니라 주인공이 성장해서 이룩한 업적이었다면 단순 수사가 아니라 유저에게 좀 더 감정적으로 의미있게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쳐3의 진정한 주인공은 궨트이며, 세상을 돌아다니며 궨트로 승부를 내는 컨셉은 매우 좋고 궨트 게임 자체도 매우 재밌다. 게임이 지루해질 뻔 할 때 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과의 궨트 승부는 마치 조미료처럼 게임에 감칠맛을 주며 끝까지 패드를 놓지 않게 해 주는 동아줄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 내고 있는 찬사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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