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워페어로 대박을 친 주요 개발자들이 인피니티 워드를 떠나 새로이 리스폰을 만들고 흥미로워 보이는 타이탄폴을 발표했을 때 과연 또 하나의 콜옵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역시 EA화 될지 궁금했는데, 오천탄폴이란 오명을 남긴걸 보면 역시 대형 개발사는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시스템의 역할이 더 큰 듯 하다. 회사보다 큰 개인은 없다, 존 카맥 빼고.
결과적으로 또 다시 오천탄폴이 되겠지만 전작에는 없던 싱글이 잘 나왔다는 평을 받아 아마존 직구로 구입한 첫 인상은 B급 그래픽. 데스티니나 배틀필드급을 바랬던 건 아니지만 비쥬얼이 좀 안 나왔다기 보다는 역시 중소기업 EA 답게 B급 개발사가 좀 힘내서 만든 봐줄만한 느낌? 시작부터 큰 기대없이 플레이하게 만드는 아주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너무 작은 폰트와 그 보다 더 작아 타겟팅에 크나 큰 애로점을 준 적들을 물리치며, 스토리를 음미하다보면 리스폰이 스토리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뭔지는 대충 알것 같고 기승전결 구조에서 예전 콜옵의 향기도 맡을 수 있다. 파일럿 상태와 타이탄 상태의 밸런스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현재의 콜옵처럼 들러리 뿐인 동료들 보단 훨씬 나은 점, 무기의 개성이나 타격감이 평범하지만 타이탄의 강려크함은 그나마 느낄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최근 FPS 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가 가미된 싱글 플레이로 인해 엔딩까지 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
몇 가지 독특했던 아이템과 레벨 디자인은 인상적이었으나, 파일럿 모드의 레벨 디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월 러닝은 본인들조차도 확신을 갖지 못했는지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가이드를 남겨놨는데 점프만 해도 재밌도록 좀 더 직관적으로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으로서 이 정도 만드느라 고생했다는 위안을 주고 싶긴 한데, 결정적인 손맛이 없어 과연 다른 FPS를 누르고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 우뚝 서기보다는 또 다시 오천탄폴로 남게 될 불행한 운명이 보여 안쓰럽게 느껴진다.